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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본스테이크 5cm] 내가 만든 스테이크는 왜 물이 나오지? / 티본스테이크 맛있게 굽는 법, 실패하지 않는 법 (+수비드 머신 이용)

윌리엄 남 2020. 5. 3. 18:39

이 글을 읽고 나면 스테이크 굽는 것은 거의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글은 존칭을 생략하고 편하게 쓰겠습니다.) 한우로 스테이크를 구웠는데 망했던 적이 있었다면? 차라리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토마호크 세트를 먹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후라이팬 하나 가격이 거뜬히 넘는 고기를 사서 버린 기억이 있다면 이 글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스테이크 맛있게 굽는 법은 사실 어렵지 않다.

내가 산 고기는 왜 물이 나오는걸까?

스테이크를 굽는 경우 뿐만 아니라 간단한 볶음 요리를 할 때에도 자주 보게 된다. 많은 분들이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그 여부에 주목하고 계신 것 같다. 아니면 요리는 역시 장비빨이라면서 더 비싼 팬을 고려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사실 구리팬을 써보니 투자한 가치는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온도 수분이다. 이전에 올렸던 스테인리스 후라이팬에 관한 글에서 언급했듯 요리에 있어서 온도와 수분은 결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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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고기는 일단 두꺼운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너무 두께가 있는 고기를 산다면 쉽게 굽기가 어렵다. 하지만 너무 얇다면 스테이크를 굽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삽겹살 집에 갔다고 생각해보자. 불판에 올라간 고기가 얇은 것과 두툼한 것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먹음직스러운가? 대패삼겹처럼 얇은 것을 선호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다. 대부분 두툼한 고기를 선호하실 것 같다. 같은 맥락이다. 적어도 1인치(약 2.54cm) 이상이 되는 고기를 고르자. 한 3cm 정도의 두께가 집에서 일반적으로 굽기에 좋을 것 같다. 본인은 고기는 무조건 5cm 이상으로 구입한다. 

 

 

국내산 육우를 구입했다. 한우는 사치다.

 

인터넷에서 국내산 육우 티본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사진 상으로 볼 때 왼쪽이 안심, 오른쪽이 채끝이다. 티본스테이크의 장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두 가지 부위를 모두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티본스테이크 1kg 두께는 5cm 로 맞춰서 주문

먼저 고기를 실온에 두어 차갑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그 다음 고기의 핏물을 닦아줘야 한다. 키친타월로 고기 겉면에 있는 수분을 제거해줘야 한다. 팬에 올렸을 때 고기 표면에 수분층이 있다면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고기의 풍미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하니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고깃집에서 삼겹살이 노릇노릇 황금빛이 된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이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이때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굽기 직전에 뿌려도 무방하니 굽기 직전에 하시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삼투압 현상 때문에 다시 고기 표면에 수분이 생긴다. 후추는 통후추를 갈아서 쓰기는 편이 훨씬 좋다.

 

참고로 이 정도 두께의 고기는 가정에서 팬으로만 굽기에는 무리가 있다. 불을 조절해가며 심부온도를 체크하면서 구워서 성공한 경우도 있다. 예전에 호주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우연히 알게된 수비드 조리법(Sousvide)을 이용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재료를 진공포장해서 일정한 온도로 설정한 물 속에 넣어서 천천히 익히는 조리법이다. 단백질 변성을 최소화 하여 질겨지지 않고 육즙 손실도 굉장히 적은 편이다. 큰 장점으로는 재료의 겉과 속이 균일하게 익는다는 것이다. 레스토랑에서는 대량으로 조리한 뒤 관리 및 서비스가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고요. 

 

이제 고기를 구울 차례이다. 오일은 올리브오일은 사용한다. "이 정도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팬 위에 둘러주면 적당하다. 튀기듯이 구워야 하기 때문이다. 기름을 채운 뒤 연기가 보이기 전까지 기다린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가열하면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은 그냥 사용했다.

 

sizzling

아마 고기를 팬에 올리자마자 지글지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기름이 튀기 시작할 것이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니 안전에만 신경써주시면 될 것 같다. 한 3분 정도 지났을까? 뒤집어 보니 고기 표면이 먹음직스러운 골든브라운 색깔로 변했다. "저거 탄 거 아니야?" 생각이 드신다면 아주 잘하고 있다. "이거 완전히 탔네!" 와는 다른 현상이다.

 

뒤집은 다음에는 기름을 윗면에 끼얹어 준다. 육즙을 가두는 과정이다. 앞뒷면 모두 굽고 옆면도 모두 골든브라운 색이 나올때까지 구우면 된다. 3cm 두께의 스테이크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굽는 시간에 대해서는 화력, 장비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겉면이 색깔이 저렇게 나와야 한다. 그 다음 중약불 정도에서 속까지 충분히 익혀주시면 된다.

 

 

사실 스테이크를 준비하면서 알프레도 크림 파스타도 준비하고 있었다. 링귀니 면을 한 봉지 넘게 삶았던 걸로 기억한다. 알단테로 삶은 뒤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으오일을 뿌려서 식히고 있는 중이다. 

 

레스팅 중인 스테이크

 

뒤집어서 뒷면을 구워줄 때 향신료를 넣어줬다. 향신료로는 마늘, 로즈마리, 버터를 사용했다. 마트에 가면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이 정도 향신료만 넣어줘도 스테이크의 풍미가 훨씬 좋아진다. 솔직히 뒷처리가 귀찮을 뿐이지 집에서 계속 스테이크를 구워먹게 된다. 만약 마늘이나 로즈마리가 탈 것 같다면 향이 어느정도 난 뒤에 고기 위에 올려주면 된다. 

 

레스팅은 5분에서 10분 정도 했다. 사람도 그렇듯 고기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레스팅은 육즙, 풍미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팬 위에서는 가운데에만 몰려있던 육즙이 전체에 골고루 퍼지는 과정이다. 두께 혹은 무게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 3cm 정도 두께의 스테이크를 구입했다면 5분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완벽한 미디엄 레어

레스팅을 거친 후 커팅한 티본스테이크 모습이다. 단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완벽한 미디엄 레어로 구워진 스테이크이다. 스테이크를 먹을 때 미디엄 이상으로 드시는 분들이 있다. 그 정도까지는 부위에 따라 괜찮다. 하지만 웰던부터는 많이 질기다. 지인 중 한 셰프는 웰던 스테이크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고무를 씹어서 먹을 것이다."

 

사실 본인은 날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회, 육회, 스시 등을 거의 먹지 않는다. 그래서 스테이크에 대한 편견도 있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같은 생각을 하실 것 같다. "미디엄 이하로 구운 고기는 익히지 않은 고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스테이크를 잘못 구운 것에서 기인한 현상 같다. 레어로 구운 스테이크도 확실하게 익은 고기다. 아래 사진을 보자.

 

스테이크를 잘못 구운 예

위 사진을 보시면 색깔이 참 예쁘지 않은가? 하지만 고기 단면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고기가 붉은 색이다. 익지 않은 생고기라는 뜻이다. 심지어 고기 사이와 윗부분에 있는 지방은 채 녹지도 않았다. 웬만한 레스토랑에서는 미디엄으로 주문해도 아마 고기 중심부는 이렇게 붉은 빛을 띄는 고기를 보게 될 것이다. 오늘 포스팅에 있는 스테이크 사진을 보면 고기 색깔이 전체적으로 분홍빛입니다. 지방도 모두 녹아서 찾아볼 수 없다. 

 

생고기와 레어는 다르다. 생고기는 익지 않은(raw) 고기이며 레어(rare)는 익은 고기다. 

 

 

티본 스테이크 & 알프레도 크림 파스타

 

아까 사진 속 파스타면으로 알프레도 크림 파스타도 만들어서 같이 준비했다. 소스는 그냥 시중에 있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스를 사서 만들었다. 재료를 조금 더 추가해서 만들면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파스타 비슷한 맛이 나게 된다. 많은 분들이 크림파스타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투XX 파스타를 많이 찾으시는 것 같다. 예전에 한번 그 파스타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뒤 다시 먹지 않게 됐다. 매운 투XX 파스타를 먹었던 적이 있는데 불닭볶음면 소스 맛이 나서 너무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 인공적인 라면맛을 기대하고 비싼 돈 주고 사먹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닭볶음면은 좋아한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